2015. 3. 28. 04:57ㆍ가보고픈 곳
- 봄나들이 -
삼월(三月) 하순(下旬), 꽃들은 다투어 피웠건만 영등달이라 꽃샘추위가 아직은 맵다. 정오(正午)가 지나 출발한 진동 미더덕 맛 기행(紀行), 목적지까지 가는 차중(車中)에서 거침없는 재담(才談)으로 일행들을 즐겁게 해주는 나사장의 유머와 재담(才談)이 일품이다.
아무리 보아도 애정결핍(愛情缺乏) 증후군(症候群)을 가진 환자는 아닌데…, 엄살이 이만 저만이 아닌걸 보면 행복맘을 무척이나 아끼는 분 같아 한편으로 부러워 보이기도 한다.
바다의 더덕이라고 불리는 미더덕은 꼬맹이 고치 모양을 닮은 자그마한 것이지만 산뜻한 맛과 바다 향(香)을 지니고 있다. 남해안(南海岸) 곳곳에 자라고 있지만 유독 마산(馬山) 진동 만(灣)에서 많은 양이 생산된다. 물이 맑고 바람이 잔잔한 갯벌지형(地形) 덕분이다. 봄이 무르익을 무렵에 재취한 미더덕은 이맘때가 가장 맛나다. 미더덕은 시원하고 부드러우면서 얕은 멍게 향을 지니고 있다. 어떤 이들은 미더덕을 씹다가 뱉지만 붙어 있는 껍질정도는 그대로 먹을 줄 알아야 갯가 사람이다. 예전에 먹을 것이 없던 시절, 삼사 월 긴긴해가 되면 우리 누님들은 양지(陽地) 녘에 모여 앉아 세수(洗手) 대야에 미더덕을 가득 담아 까먹었는데 얼굴 곳곳에 뻘 투성이었다.
길눈이 밝고 여행이력(旅行履歷)이 남다른 정묵(正默) 아형(雅兄)의 길잡이로 내친김에 진주 청곡사(靑谷寺)와 다솔사(多率寺)를 들러보는 의미 있는 여정(旅程)도 가졌다. 진동에서 문산 방향으로 접어들어 질마재를 넘어 도착한 월아산(月牙山, 달음산) 청곡사,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괘불(掛佛)탱화가 걸려있어 잠시 친견(親見)할 수 있는 홍복(洪福)도 누렸다. 이 탱화가 제작된 시기와 원찰(願刹)인 점을 감안한다면 이 불사(佛事)는 왕실(王室)의 후원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아닐까 유추(類推)해 본다. 희빈(禧嬪) 장씨(張氏)에 대한 그리움과 극락왕생(極樂往生)을 빌었던 경종 임금의 애틋한 마음이 담겨있는 것 같아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박물관 문을 열어준 보살 아줌마는 얼핏 보니 젊고 반반한 얼굴이었는데 순식간에 가버렸다.
청곡사는 풍수(風水)상 연화지지(蓮花之地)에 앉은 절집이다. 하지만 월영지(月影池)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을 안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성보(聖寶) 박물관 옆 활짝 핀 목련 몇 그루는 절집의 그윽함을 더하고. 작딸막한 매화(梅花)가 바람결에 알싸한 향(香)을 실어 자기 존재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청곡사 일대는 진양강씨(晋陽姜氏) 신덕왕후의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일주문(一柱門) 옆 월영지(月影池)에서 이성계의 계비(繼妃) 신덕왕후가 연못에 비치는 달빛에 얼굴을 비쳐보니 달보다 더 이뻤단다. 그놈의 나르시즘은 동서고금(東西古今)이 다를 바 없다.
청곡사 아랫마을이 신덕왕후의 고향이라 했다. 언젠가 답사(踏査)팀을 데리고 한번 들려야겠다. 여행은 지나고 보면 뭐라 캐도 묵는기 남는 것이다. 자고나서 얼굴을 만지니 분(粉) 발라 놓은 것 같이 맨지럽고 보얗다. 고현횟집의 정갈한 음식들은 에메랄드빛 진동바다와 주인을 닮아 있어 맛 이전에 신뢰(信賴)가 갔다. 이런 포시러운 봄나들이를 주선해 주신 혜인(惠印)선생과 도반(道伴)들께 감사를 표한다.
청곡사 괘불탱화(높이10.4m 폭 6.4m)
*진동 고현식당의 미더덕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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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 너무 맑아 눈물이 납니다
Flow Gently,Sweet Afton/Roger Wagner Chorale
( 유유히 흘러라 애프턴 강)
불어라 봄바람
불어라 봄바람 솔솔 불어라
산 넘고 물 건너 불어 오너라
나무 그늘 밑에 잠자는 아기
깨우지 말고서 곱게 불어라
따뜻한 봄날에 노근히 누워
나비떼와 함께 춤추며 놀 때
애처로이 그 잠 깨우지 말고
가만히 솔솔솔 불어 오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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