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역마살님의 이야기 197 -선암사(仙巖寺)-

2015. 3. 19. 07:36가보고픈 곳

 

 

 

 

-선암사(仙巖寺)-

 

 

 

<선암사 승선교>

 

벌교에 꼬막 먹으러 갔다가 선암사에 들렸다. 선암사 가는 길은 들머리부터 아름답다. 하늘로 치솟은 나무사이로 펼쳐지는 푸른 하늘과 조계산(曹溪山)에서 내려 부는 바람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서둘지 않고 천천히 걸으면 한량없이 좋은 길이다. 이런 곳에선 말을 아끼고 싶어진다.
3월 초순(初旬)이지만 선암사 홍매(紅梅)를 은근히 기대하며 뚜벅뚜벅 걷노라니 어느 덧 승선교(昇仙橋) 앞이다. 아치형으로 쌓아올린 돌다리는 카렌다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만큼 예술성(藝術性)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국내외 건축가들이 입을 모아 찬탄(讚嘆)하는 선암사는 한국적 정취(情趣)가 넘쳐나는 절집이다. 절대자(絶對者)를 모신 절집이라기보다 고향집 같은 친근함이 앞서고, 고가(古家)의 후원(後園)을 거닐어 보는 아늑함이 있다.

선암사 가람은 전각(殿閣)의 배치(配置)가 지극히 자연스러워 참으로 아름다운 조화(調和)를 이루고 있다. 늦은 봄이면 홍매화가 원통전(圓通殿) 담장 가에 피워나고 알싸한 매화(梅花) 향기 또한 그윽하다.

사철마다 다른 꽃을 볼 수 있는 선암사의 조경(造景),태백산맥의 조정래 선생이 태어난 곳, 그리고 문간방에 엎드려 동학혁명(東學革命)의 함성을 그려냈던 송기숙 선생 등이 생각이 난다. 선암사 해우소(解憂所)는 세계에서 유일(唯一) 무이(無二)한 문화재이기도 하다. 스님들의 지혜(智慧)가 놀랍다.
벌교 장에서 산 피(皮)문어 한 마리를 거슬러 막걸리 한 잔을 곁 드리니, 시간과 바람과 기다림이 만들어 낸 건어물(乾魚物) 특유의 쫀득한 맛이 오늘따라 유별나다. 선암사 양지(陽地)녘에 봄볕이 도타워 한 동안 머물다 왔다.

 

 

선암사 꽃향기 가득한 태고종의 본산/순천여행

<선암사 홍매> 

 

 

[순천여행지]산사의 정취를 맛보고 싶다 - 선암사에서,,,

 

[이장희의 스케치 여행]순천 선암사 매화나무꽃망울 가득한 고목 아래서 봄의 설렘에 젖다.

(동아일보에서 발췌)

 

....햇살이 나무를 간질인다. 껄껄껄, 나무가 참았던 웃음을 터뜨린다. 검은 고목 가득 하얀 웃음이 번진다.

600살 매화 어르신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가득하다. 귀로 느껴지는 매화란 이런 것이구나. 나도 따라 웃는다.

웃음소리가 선암사를 물들이고, 경내의 다른 꽃들도 그 웃음에 기지개를 펴며 일어나 봄을 맞을 준비를 한다.

진정, 봄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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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관련 사진

"정월 초하룻날 똥을 싸면 그 떨어지는 소리가 섣달 그믐날 들린다."는

<선암사 해우소>

 

사랑이여, 쓸쓸한 세월이여, 내세에는 선암사 화장실에서 만나자-

(김훈의 자전거 여행 중에서 발췌)

..... 이 화장실에 앉으면 창살 사이로 꽃핀 매화나무며 눈 덮인 겨울 숲이 보인다. 화장실 위치는 높아서 변소에 앉은 사람은 밖을 내다볼 수 있지만, 밖에 있는 사람은 안을 들여다 볼 수 없다. ....

똥을 안 눌 때 똥누는 사람을 보는 일은 혐오스럽지만, 똥을 누면서 창살 밖으로 걸어다니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일은 계면쩍고도 즐겁다. 이 즐거움 속에서 배설 행위는 겸손해진다. 햇빛은 창살을 통해서 화장실 안으로 들어온다. 빛은 굴절되어서, 화장실 안에는 직사광선이 들어오지 않고 늘 어둑어둑하면서도 그늘이 없다. 바람이 엉덩이 밑으로 스치고 지나간다. 그래서 엉덩이가 허공에 뜬 것처럼 상쾌하다. 똥을 누기가 미안할 정도로 행복한 공간이다.......

선암사 화장실에서 나는 잃어버린 삶의 경건성과 삶의 자유로움과 삶의 서늘함을 생각하면서 혼자서 눈물겨웠다. 아, 그리운 것들은 아직도 죽지 않고 살아 있었구나. 그러니 그리운 것들이 살아 있는 동안에 그리운 것들을 향해서 가자, 가자, 가자. 무릎걸음으로 기어서라도 기어이 가자. 그것들이 살아 있는 한 , 내 마침내 그곳에 닿을 수 없다 하더라고 내 사랑은 불우하지 않으리.

사랑이여, 쓸쓸한 세월이여, 내세에는 선암사 화장실에서 만나자.

 

 

 

 

<바람부는 산사 - 정목스님> 
 
   아무것도 없는 종이위에 산은 그려도  
   바람은 바람은 그릴수 없어  
   벽을 향하여 참선하는 님의 모습 그려도  
   마음은 마음은 그릴수 없네  
   솔바람이 우우~ 우 잠을 깨우는  
   산사에 바람소리가 들릴뿐  
   마음은 그 어디에도 없어라  
   내 영혼 깊은 곳을 적시는
   산사에 바람소리  
   산사에 바람소리


   해 저물고 달이 뜬 산사에 가냘픈 촛불이  
   바람에 바람에 꺼질듯이 흔들리고  
   달빛이 창문에 베이니 소나무 그림자  
   파도처럼 파도처럼 출렁이네  
   솔바람이 우우~ 우 잠을 깨우는  
   산사에 바람소리가 들릴뿐  
   마음은 그 어디에도 없어라  
   내 영혼 깊은 곳을 적시는
   산사에 바람소리  
   산사에 바람소리
 

출처 : 음악이 있는 혜인의 수경재배 밭
글쓴이 : 혜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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