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3. 3. 20:05ㆍ가보고픈 곳
-섬진강 박시인/ 정태춘-
연분홍 봄볕에도 가슴이 시리더냐
그리워 뒤척이던밤 등불은 껐느냐
누옥의 처마 풍경 소리는 청보리밭 떠나고
지천명 사내 무릎처로 강바람만 차더라
봄은 오고 지랄이야, 꽃비는 오고 지랄
십리 벗길 환장해도 떠날 것들 떠나더라
무슨 강이 뛰어내릴 여울 하나 없더냐
악양천 수양 버들만 머리 풀어 감더라
법성포 소년 바람이 화개 장터에 놀고
반백의 이마 위로 무애의 취기가 논다
붉디 붉은 청춘의 노래 초록 강물에 주고
쌍계사 골짜기 위로 되새 떼만 날리더라
그 누가 날 부릅디까, 적멸 대숲에 묻고
양지녘 도랑 다리위 순정 편지만 쓰더라.
*박남준 시인의 "봄날은 갔네"를 모티브로 만든 노래입니다.
정태춘(1954년생)
"‘섬진강 박시인’은 정태춘이 거의 10년만에 낸 새 앨범에 수록이 되어 있는 노래입니다. 새 앨범 타이틀곡은 아니지만 들어보니 바로 느낌이 오는 그런 노래였습니다. 이 노래가 필이 오면 제법 세상을 살았다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 (퍼온 글입니다)
<봄날은 갔네/박남준>
봄비는 오고 지랄이야
꽃은 또 저렇게 피고 지랄이야
이 환한 봄날이 못 견디겠다고
환장하겠다고
아내에게 아이들에게도 버림받고 홀로 사는
한 사내가 햇살 속에 주저앉아 중얼거린다
십리벚길이라던가 지리산 화개골짜기 쌍계사 가는 길
벚꽃이 피어 꽃 사태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피어난 꽃들
먼저 왔느니 먼저 가는가
이승을 건넌 꽃들이 바람에 나풀 날린다
꽃길을 걸으며 웅얼거려본다
뭐야 꽃비는 오고 지랄이야
꽃 대궐이라더니
사람들과 뽕짝거리며 출렁이는 관광버스와
쩔그락 짤그락 엿장수와 추억의 뻥튀기와 뻔데기와
동동주의 실연처럼 쓰디쓴
단숨에 병나발의 빈 소주병과
우리나라 사람들 참 부지런하기도 하다
그래 그래 저렇게 꽃구경을 하겠다고
간밤을 설렜을 것이다
새벽차는 달렸을 것이다
연둣빛 왕버드나무 머리 감는 섬진강 가
잔물결마저 눈부시구나
언젠가 이 강가에 나와 하염없던 날이 있었다
흰빛과 분홍과 붉고 노란 봄날
잔인하구나
누가 나를 부르기는 하는 것이냐.
<박남준 시인>
*박남준 시인 (1957년 8월 30일생) 학력;전주대학교 영문학과 데뷔;1984년 '할메는 꽃신 신고 사랑노래 부르다가' 수상;2011 제13회 천상병 시문학상.
-박시인에 관한 시와 글-
<모악산 박남준 시인에 집 앞 버들치에 대하여/안도현>
모악산 박남준 시인에 집 앞에는
모악산 꼭대기에서부터 골짜기 타고 내려오던
물줄기가 잠시 쉬어가는 곳이 있는데요,
그 돗자리 만한 둠벙에요,
거기 박남준 시인이 중태기라 부르는
버들치가 여남은 마리 살고있지요
물속에서 꼬물 거리는 고것들
비린내나는 것들
한 냄비 끓여 잡숴보겠다고 어느날
중년 아저씨 한 분이 배터리 등에 지고
전기로 모악산 옆구리를 지지며
골짜기 타고 올라왔다지요
안된다고,
인간도 아니라고,
박남준 시인이 버티고 서서 막았지요
모악산 물고기들 모두 자기가 기르는 거라고요,
자기가 주인이라고 했다지요
지금 거기 버들치가 여남은 마리
어린새끼들 데리고 헤엄치는 것은요,
다 그 거짓말 덕분이지요.
"박남준 시인 말입니까? 그 양반, 지금은 지리산 골짜기 악양 동매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오십 넘도록 홀로 스님처럼 지내며 시와 음악과 새소리, 매화를 동거인으로 두고요. 삶은 정갈하고 성품은 깨끗하고 몸은 아담하고 버릇은 단순하고 행동거지는 품위 있고 눈매는 깊고 손속은 성실한 데다가 시서에 능하고 음주는 탁월하고 가무는 빛나는 가인(佳人)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팬이 많지요. 따르는 무리가 적지 않고 행여나, 멀리서 바라보는 이는 넘쳐날 정도입니다.
그 양반, 워낙 욕심이 없어요. 스스로 '관값'이라고 부르는 자신의 장례비 200만 원만 가지고 있고 조금이라도 넘치면 여기저기 시민 단체에 기부를 합니다. 또한 식탐이 없어 늘 한두 가지 나물과 된장국이면 성찬이고, 사람들 앞에 나서 떠드는 것보다는 음악 듣는 것을 택하고, 노는 것보다는 호미 들고 밭으로 가는 것을 즐기며 권태를 피해 꽃 들여다보기를 좋아합니다.
그래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사람한테도 쓰이는군요. 그럼 한번 가보세요. 최소한 남을 위해 눈물을 흘려 본 사람이라면 즉각 알아보고 직접 덖어 놓은 차 한 잔은 내놓을 겁니다. 지리산 방향 버스 타는 곳은 저쪽입니다."
- 한창훈 (소설가)-
*오늘 '콜라비 수경재배"라는 글을 올리려고 책상 앞에 앉았으나
글은 손에 잡히지않고 "섬진강 박시인" 노래만 자꾸 부르게 됩니다.
바람불고 파도가 거센, 궂은 날씨이지만 제 가슴에는 봄바람만 불어 옵니다.
할 수 없이 "섬진강 박시인" 노래를 올립니다.
이 노래 싫증이 나도록 듣고 난 뒤, 이삼일 후에 "콜라비 수경재배" 를 올리겠습니다.
-혜인-
낮게 엎드리면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엎드리지 않으면 자신을 한 없이 낮추어
눈 높이를 맞추지 않으면 보이지 않은 것들이 있습니다.
.
.
.
.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찾아 떠나는 기도
오체투지 순례단의 이름으로 무릅 꿇습니다.
엎드립니다........................
(계룡산 중악단에서 박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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