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2. 13. 08:09ㆍ보고픈 서화
자기의 내면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부럽다.
그것이 그림이든,글이든, 조각이든,
무형의 생각을 유형의 형태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귀한 가치를 지닌 능력이다,
삶의 무게를 달아볼 수 있는 저울이 있다면,
자신이 지고 갈 무게 만큼만 남기고 덜어내면 좋으련만,,,,
무언으로도 느낌이 통할수 있는 작가의 그림을 바라보며
돌아와서 바로 만들기 시작한 그림모음들,,
그리고
글 모음들,,,
<왼손이 그린 나의 오른손>
세월을 함께해 온
그대를 봅니다.
뒷쪽에
둥근 광채의 띠를 둘러주고 싶었지만
미숙한 떨림은
고백을 담아내기에도 역부족입니다.
참 많은 일을 해 준
나의 오른손입니다
<도구(道具)?, 구도(求道)?>
진리를 전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는 것일까
그림을 그리면서
진리로 가는 것일까
도구가 되는 일이건,
구도의 길이건
그건 모두
함께하는 시간의 업적입니다.
<벼루>
글쟁이 친구가
산수경석같은 모양의 자그만 단계벼루를
내게 건네준다.
'나보다는 자네가 더 사랑해줄 것 같아서'라며
그도 누군가로부터
똑 같은 말과 함께 받았던 것이라며....
먹을 갈아보니
과연 성질이 곱다.
언젠가 나도
이 단계벼루를 건네고픈 사람을 만나겠지
'나보다는 당신이 더 사랑해줄 것 같아서' 라며....
<남송으로부터의 긴 걸음>
양해의 발묵 선인도를
오래 오래 보고 있다가....
시대를 가로질러
그의 탈속한 기질이 우리를 향해
다가옵니다.
오!....
도시도 정치도
우리를 옥죄기 전, 그 긴 과거로 부터..
<응시>
바라보는 것들은 모두
사랑이어야 합니다.
<알지 못합니다.>
얼마나 세월이 흘러야
그것이 사랑이었음을 알 수 있을지...
서로가 묻고 답하는데 동문서답....
사람의 그릇에 따라 답할 따름............
영성체의 묵상...
이 지상에서
아담의 후예로, 요셉 가문의 후손으로, 하느님의 자녀로 산다는 것.
무엇보다 가장으로 산다는 것
그대 남자들에게...
<제인 구달에게 보내는 경의>
---빈 손 안에서 선물을 봅니다.
윤경일
시간보다 한 발 앞 서 길이가 자라는
해그름녘 들판의 산그림자처럼
밤도,새벽도
늘 내 기다림을 한 발씩 앞지르곤 하였다
하여,
떠담은 꿈으로 남고,,,,
너무 오래 엎디어 척추가 휘어버린 나의 그 꿈이
초라한 일상의 기지개를 켜기도 전
또 새벽이 오는데
땀 젖은 이불깔개의 나뭇잎무늬 안으로
제인 구달의 유희를 즐긴다.
그렇게도 사뿐히
어쩜 그렇게도 사뿐히.....
<엄마업기 >
아버지는 어머니와 싸우실 때면 그림을 한 장 그려놓고 집을 나가신다.
그러면, 그림이 아버지 대신 어머니를 달랜다.
어느날
'엄마업기'라는 이 그림을 그려놓고 아버지는 매우기뻐 흥분하셨다.
내게 메모지에 쓴 글도 하나 보여주시며 읽어 보라고 하셨다.
내가 다 읽을 때까지 비스듬히 몸을 기울여 나를 살피시는 느낌도 받았다.
그 글은 훗날 보니
"하느님을 찾는 사람들'홈페이지에도 올려두신걸 보았다.
그 쪽지의 내용은....
전해줄 것을 전해준 아내의 행복과
그 먼 곳으로부터 이어져오는
사랑의 무게를 업고 바들거리는
아들의 다리를 봅니다.
깃털처럼 가벼워졌어도
엄마의 무게는 업고 버티기가 참 어렵습니다.
나도 아빠를 닮았는지 그 속 뜻을 알것 같았다.
<당신이 주인공>
한 해의 막을 닫으면서
공연장의 배우처럼 당신을 무대로 불러납니다.
아무것도 이룬 것 없는 당신은
진정한 역사의 주인공입니다.
...
...
사람이 사람의 힘으로 이룬 수 많은 업적중
대부분의
그러지 말았어야 했던 것들 아닙디까?
세상을 뒤흔들 별다른 재주도 없이
아부지처럼 맏형처럼
주어진 목숨이고,살아야 하는 책임임에
순순히 허리가 휘어져 간
당신이 주인공입니다.
두려움도 알고 섭리도 아는
저 땀 젖은 이마를 위해
오늘을 바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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