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 25. 18:04ㆍ야소의 하루
바람 없고 맑음. 추위 다소 누그러짐.
오전-소아, 집안일 야초, 냇가 정비작업 오후-택배 발송하고 정비작업 계속하다.
정현수 김봉이 안상열님 주문한 곶감 택배 완료. 큰사돈댁에서 보내준 석화(굴)과 매생이는 누님집과 나눔.
무릎 아프고 날씨 궂어 하루 쉬었던 냇가 정비작업을 다시 시작했다.
한낮에는 바람 없고 맑아 추위가 많이 누그러졌지만, 아침 저녁엔 여전히 추웠다.
요며칠간 묶여 연금됐던 황진이와 깜비. 이녀석들, 어떻게 쇠줄을 풀고 나왔을까??
황진이는 얼마전 황당사건때 쇠줄이 끊겨 엉성하게 묶어져 있었지만... 깜비는?? 좀 황당하네!.
정작 참으로 황당한 일은 아침식사때 일어났다. 오늘 아침은 라면이었고, 내가 손수 끓었다.
소아는 그때까지 자고 있어 언제 일어날 지 모르고... 배는 고프고... 밥통엔 한알의 밥알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소아는 최근 작은딸이 사보낸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을 탐독하느라 TV드라마도 제쳐놓고 있는데, 어제도 밤늦게 잤던 것이다.
혼자 먹는 라면도 맛있었다. 식탁엔 소주병도 보여 반주로 한잔 따러 삼켰다. 그리고 남은 국물건데기를 안주삼아 씹었다.
그런데...우두둑~!! 이게 뭔 소린가?? 순간 정신을 가다듬고 천천히 입안에 든 내용물을 꺼집어내 자세히 살펴보니...
이같은 예리한 이물질이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참 황당했다. 그 순간 엄청 화가 났다. 당장 전화하니 업무 개시전이다.
국내 굴지의 으뜸 식품회사에서 만든 라면에서 말로만 들었던 그런 황당한 사고가!! 바로 나한테 일어난 것이다.
나? 이 회사의 평생고객 노릇을 해온 사람아니던가!! 고교동기가 어려워 대학진학을 못하고 이 회사에 몸담은 뒤론...
그것도 인연이랍시고 이 회사 제품만 팔아줬는데...뭣보다 배신감이 컸다. 그래서 말이라도 사과를 꼭 받아야 했다.
여차저차...공장장 생산부장 담당자 고객센터장에게서 각각 사과받았다. 잘못을 인정하고 수긍하기에 그냥 묻어두기로 했다.
지금도 생각하니 아찔한 순간이었다. 씹다가 이빨이라도 깨졌다면, 씹지 않고 그냥 삼켰다면, 실제 그랬다면 ...!!!???
먹거리는 맛보다도 안전이 우선돼야 한다. 위생 관리가 강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고를 확률로 따져서도 안될 말이다.
이 글을 볼 관련자들, 운좋게 넘어갔다고 생각해선 안된다. 대오각성해야 한다! 제발, 국민건강을 위해 좋은 제품 만들어 주이소!!
오늘로서 곶감 택배는 끝났다. 정현수 김봉이 안상열님이 미리 주문해놓고는 설 임박해 보내는 곶감들이다.
이중에는 소위 `고관대작'댁에 선물로 들어가는 곶감들도 있다. 우리로선 참 기분좋은 일이다.
우리가 만든 곶감이 `최고'라서가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좋은 곶감'으로 인정받아서다.
일전에 야소원을 찾아온 강원대 교수가 직접 현물을 확인하고 주문했으며, 앞으로도 계속 거래하겠다고 했다.
오후에 하는 정비작업은 같은 일일지라도 한결 수월했다. 당연한 게 우선 일꾼 자신이 기분 좋았으니까..!!.
이렇든 저렇든... 오늘 생긴 일은 모두 좋은 방향으로 귀결됐고, 자연히 내 마음도 홀가분하고 편안해졌기 때문이다.
큰돌 옮기는 작업도 이젠 끝이 보인다. 넉넉히 잡아도 한이틀 더 하면 끝날 것 같다.
어서 봄이 왔으면 싶다. 봄!. 큰비라도 내리면 이 개울도 지금과는 전혀 다른, 더 멋진 시내로 거듭날 것이다..
큰돌 옮기는 작업을 끝내면 손으로 옮길 수 있는 작은 돌들도 정리하여 봄에는 꽃나무를 심고 꽃씨를 뿌릴 참이다.
봄이면 봄, 여름이면 여름...철따라 계절따라 변모할 야소원 풍경을 생각하면 오늘의 고된 노동도 그리 피곤하지 않다.
오후 사돈댁에서 택배로 보낸 굴과 매생이를 받았다. 전처럼 두 봉지로 나눠져 있었다. 누님집과 나눌 줄 알고 미리 그렇게 한 것이다.
오늘도 어쨌든 보람으로 가득한 하루를 보냈다. 어쩐지 내가 뭔 착한 일을 한 것 같기도 해 기분이 매우 좋다.
이런 날, 어찌 술 한잔 아니할소냐!! 사돈댁에서 보내주신 아주 싱싱한 굴 안주도 있는데...
소아가 만든 묵은김치부침개까지 가세, 풍성해진 술상을 대하고는 오랫동안 앉아있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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