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말이자 서곡이다.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를 미리 설명하는데 반복되어 나오는 4성코드의 특이한 배열이 듣는 이를 흥분 시킨다. 앞으로 나올 인물들을 위해 무대를 설정하는 서곡이라 할 수 있겠다.
Pierrot
첫째마디의 왼손 상성부를 주목하시오. 라-미b-도-시..의 등장이 눈에 선하게 보인다. 익살스럽지만 왠지 사색적이고 쓸쓸한 삐에로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Arlequin
사육제에 붙어다니는 익살스런 인물로 항상 즐겁게 춤을 춘다. 앞의 삐에로와 더불어 이 아를르캥은 광대로써 극 분위기를 만든다. 첫째마디 오른손을 주목하시오, 또 나옵니다 라-미b-도-시..
Valse noble
고귀한 왈츠. 마치 슈베르트 곡과도 같은 부드러움이 있다. 오른손 옥타브에서 또 나오는 라-미b-도-시..
Eusebius (오이제비우스)
내성적이고 명상적인 오이제비우스는 슈만 자신의 또다른 모습. 앞부분에 센짜페달, 페달없이 치라는 말이 있는데 특이한 점이다.
Florestan
오이제비우스와는 대조적으로 명랑하며 열정적인 플로레스탄, 역시 슈만 자신의 내면 반영이며 또 오른손 첫 부분에 라-미b-도-시..
Coquette
'웃음'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역시 오른손이 네번재 마디에서 또다시 라-미b-도-시..
8. Re'plique
앞의 웃음에 이어져 '응답'을 한다. 거의 앞곡의 에코 역할을 한다.
Sphinxes
이 스핑크스에는 별도의 번호를 부여하지 않는다. 미b-도-시-라, 라b-도-시, 라-미b-도-시의 A,S,C,H 문자-음놀음을 곡 중간에 얹어놓았고 이 부분은 연주하지 않는다.
Papillons
빠삐용 나비. 이 곡은 op.2의 <빠삐용>과는 전혀 선율적 관련이 없다. 첫째마디 오른손이 또다시 라-미b-도-시..놀이를 한다.
Lettres dansantes
댄싱 레터.. 글자들의 춤이다. 상당히 빠르게 진행된다.
Chiarina
키아리나. 슈만의 평생연인 클라라를 이태리어로 부른 말이라고 한다. 매우 격정어리고 멋진 곡인데 역시 그 기본선율은 라b-도-시..이다. 이 쯤 되면 '슈만은 인간이상의 천재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냥 글자와 음을 가지고 장난을 친 것이 아니라 그 한정된 몇개의 음을 가지고서 이렇게 변주시킬 수 있다는 것이 凡人은 아니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장수 못한 이유가 있음)
Chopin (쇼팽)
이 곡은 쇼팽의 야상곡을 흉내냈다고들 하나 쇼팽하고는 거리가 먼 어떤.. 비정상의 격정이 전체를 휘몰고 지나간다. 제목이 '쇼팽'이라는 것도 흥미롭고.. 슈만은 쇼팽을 높이 평가했다고 전해진다.
Estrella
Asch마을에 사는 Ernestine를 가리킨다. 앞에서도 말했듯 슈만이 한때 사랑했던 여인이다. 역시나 라b-도-시의 선율이 격렬하게 곡 전체를 흥분시킨다.
Reconnaissance (해후)
카니발의 혼잡 속에서 옛 친구를 재회한 기분, 상당히 어려운 기교의 곡이다. 오른손 상성부가 멜로디이고 (역시나 라b-도-시..) 그 오른손이 멜로디와 함께 쳐야하는 엄지의 내성부 반복음은 상당히 어렵다고 알려져있다.
Pantalon et Colombine
판탈롱과 콜롱비느는 또다른 광대들인데 앞의 남자삐에로 판탈롱은 양말과 바지가 하나로 붙은 옷을 입고 있으며 (삐에로 기억나시죠?) 콜롱비느는 그 삐에로의 애인이다. 역시 라b-도-시..가 등장하는데 한번 직접 찾아보시죠.
Valse allemande
독일의 시바벤 지방에서 행해지던 춤곡인데 역시 라b-도-시.. 그건 안 빠지고 나온다. ^^
Paganini, intermezzo
갑자기 독일왈츠가 중단되고 등장하는 스타카토의 기교. 바이올린의 귀재인 파가니니를 나타냈다. (쇼팽과 파가니니의 카니발 등장이라..)
Aveu>
고백이다. 짧고 향수가 어려있는, (이제 라b-도-시..설명은 지겨워) 젊은 남녀의 사랑한다는 속삭임과도 같다.
Promenade
산책. 역시 젊은 두 남녀는 춤을 추듯 꿈길에서 산책한다.
Pause
누가 이 곡에다가 휴식이라고 이름을 붙였는가? 이 곡은 절대 휴식이 아니다. Vivo의 템포에 갈수록 con forza해지는 격렬한 휴식이라니..!
Marche des "Davidbu"ndler" contre les Philistins
(속물을 타도하는 다비드 동맹의 행진)
Marche des "Davidbu"ndler" contre les Philistins Mitsuko Uchida, Piano
필리스타인 사람들에 대항하는 다비드동맹의 행진이란 제목이 붙은 이 <카니발>의 피날레는 엄청난 파워와 몰두력으로 극적인 끝을 맺는다. 여기에서 나오는 다비드동맹이나 필리스타인이란 구약성서로 그 이야기가 돌아가는데 다비드는 곧 다윗의 또다른 발음이고 다윗은 돌팔매질로 이교도들의 거인 골리앗을 쓰러뜨린다. 다윗과 골리앗..은 작은 쪽이 큰 쪽을 이겼을때 흔히들 인용되는 표현인데 (만약 작은 쪽이 지면 '계란으로 바위치기') 그와 마찬가지로 슈만은 음악세계에서의 보수파를 골리앗 - 필리스타인, 슈만을 비롯한 반 보수파, 정의의 사람들을 다윗파로 불렀다. 이 마지막 피날레가 상징하는 바는 진취적인 음악 - 물론 그것이 방종에 어린 제멋대로고 괴상한 시도가 아닌 - 을 주창하는 음악가들에 바치는 찬사인 것이다.
이 곡은 피아노 독주곡으로서 슈만이 25세 때에 완성한 곡입니다. 슈만은 이 곡에서 자기의 친구들이나 자기가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을 묘사했습니다. 그들은 실제의 모습이라기 보다는 슈만의 환상속에서 이루어진 모습으로서 묘사 되었고 그것들은 모두 20곡 의 성격소품(Character Piece)들로 구성되었습니다.
또 빼놓으면 안 될 중요한 사실 중의 하나는 이 곡에 얽힌 그의 이야기지요. 이 작품의 거의 모든 곡의 첫 머리에는 A Eb D Bb 의 네 음이 나옵니다. 이 음들은 작품 전체를 통하여 나타나서 작품에 통일성을 부여 합니다. 앞의 음을 독일어식으로 읽으면 Asch가 되는데 이 아슈(Asch)라는 것은 슈만이 한 때 사랑했던 에르네스티네 라는 소녀가 살던 곳이랍니다. 슈만은 사랑했던 그 소녀를 생각하며 이 곡은 종래의 소품들과는 달리 원칙적으로 연결되어 연주됩니다. 그러므로 조곡으로 말할 수 있겠죠? 그리고 피아노 터치의 섬세함 도 또한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죠. 어떨 때는 ff 로 어떨 때는 pp로 다이나믹의 변화가 기가 막힐 정도로 멋있죠. 이 작품을 잘 연주하기는 너무나도 힘든 곡입니다..
슈만 op.넘버의 최초 10개 작품 중에서 op.9 <카니발-사육제>의 중요성은 강력하다. 스물 한 곡이 묶여져있는 이 연작소설의 음악적 가치와 기교는 독특하고 매력있다.슈만은 글자들을 가지고 상당히 흥미로운 작업을 하였다.
<카니발>에 있어서 그 글자의 메시지는 일단 부제에서 찾는데 <4개의 음을 바탕으로 한 작은 정경들>이라는 부제이다. 여기서 말하는 4개의 음이란 A,S,C 그리고 H로써 한때 슈만이 결혼을 결심하기도 했던 여인 Ernestine가 살던 보헤미아의 Asch라는 시골마을 이름이다. 또한 그 4개의 글자는 슈만의 이름에도 나타나있다. (SCHumAnn ^^) 그 4개의 문자는 '음표'가 되어 일종의 변주형식인 <카니발>의 모든 곡 앞부분에 등장하게 된다.
A,S,C,H라는 글자들이 어떻게 음이 되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독일어의 음이름에서는 영어의 Bb을 B로 표시하며 영어의 내츄럴B음은 H로 표기한다. 또한 #(샾)은 -is, b(플랫)은 -es라는 접미어를 붙이는데 예를 들어 F#은 Fis, Gb은 Ges다. 그런데 A음과 E음은 스펠링 상의 문제로 b(플랫)표기에 있어 As, Es이라고 기록한다. 즉 Ab음과 Eb음이다. 이 정도의 힌트를 생각하고 A,S,C,H의 이야기로 돌아간다면 두 가지의 경우를 이야기할 수 있다.
첫째 : A,S,C,H의 네개 문자를 As, C, H로 나누어 생각한다. As는 Ab, C는 C, H는 내츄럴B음이다. 라b-도-시..의 음배열은 스핑크스를 제외했을때의 제 11곡 Chiarina(클라라), 제 13곡 Estrella(Ernestine를 가리킨다), 제 14곡 Reconnaissance(재회)의 앞부분에서 여러가지 리듬 형태와 반주를 가지고 등장한다. 악보를 보거나 레코딩에 귀를 기울여보라. 정말 흥미로운 작업이다.
둘째 : A,S,C,H의 네개 문자 중에서 S자의 발음은 '에스'다. 발음나는대로 스펠링을 만들어본다면 S는 Es가 된다. 그러므로 그 네개 문자는 A,Es,C,H가 되어 음으로 표현한다면 내츄럴A, Eb, 내츄럴C, 내츄럴B음이 된다. 라-미b-도-시..의 음배열은 첫째경우보다 좀더 많이 등장하는데 곡 전체에 산재되어 있으므로 카니발의 곡전체 해설에서 설명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된다.
슈만의 걸작품 중 하나 <크라이슬레리아나> -- 듣는 이에게나 치는 이에게나 가장 어려운 작품 중 하나인 -- 그리고 <다비드동맹무곡>이 회상속에서 느끼는 행복감이나 가공인물들에 대한 추억으로 꽉 차있는 곡들이라면 <카니발>은 승리에 도취된 기분이 느껴지는 활달한 곡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슈만을 이야기하면서 이중성을 논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카니발>에 등장하는 각양각색의 인물들은 겉으로야 유쾌할지 모르지만 속으로는.. 슈만 <카니발>의 스물 한 곡의 각 이야기를 해보자. 무척 재미있다.
Mitsuko Uchida - Schumann
필립스에서 가장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피아니스트중의 하나인 우치다는 이 슈만 앨범을 녹음함으로서 자신의 내면의 성숙을 과시하였다. 이 내면의 성숙이라는 직감을 강렬하게 받을 수 있는 것은 바로 그녀가 연주한 클레이 슬레이아나다. 우치다의 어떠한 관점이 이러한 성숙을 이끌었을까? 그것은 다름아닌 '해석의 절제'이다! 많은 슈만 녹음이 있지만 그 가운데 최선의 연주를 꼽기엔 참으로 힘들 다. 너무나 많은 연주가들은 슈만 정신의 광범위한 수평적인 면은 확대시켰 지만 수직적인 깊이는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고의 수평적인 확장은 얼핏 보기에 더욱더 많은 자유에 대한 끝없는 갈구로 미화될 수 있다. 그리고 결 국 텍스트가 갖고 있는 실재(實在)에 대한 감각을 상실시킨다.
바로 우치다는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모든 관점들의 수위를 미리 측정한 다음 비로소 슈만에 임하였다. 그녀는 '해석의 절제'를 통해 모든 방향에 서의 해석의 가능성들을 정리하였다. 결국 이러한 절제를 통하여 슈만의 수직적인 깊이가 나타났다. 굳이 수평적인 면을 줄이지 않고도 말이다. 그녀가 연주한 슈만의 모습은? 바로 정방형이다. 클레이슬레이아나의 아지타토시모는 과격하지 않다. 그리고 이어지는 인 터메조 1과 2에서 그녀가 말하고자하는 깊이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한편 우치다는 빠른 악장과 느린 악장이 연속 됨으로서 나타나는 수축, 이완의 흐름 을 '점층적인 고조'로 나타내어, 이 곡이 단편적인 파편들의 나열이 아님을 증명하였다. 사육제 녹음 역시 뛰어나지만 클레이슬레이아나의 완성도에 못 미친다. 우치다는 해석에 신중한 나머지 이 곡에서 요구되는 '즉흥성'을 다소 간과하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