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弔詩] 단원고의 꽃들이여, 그대들의 죽음은 결코 헛되지 않습니다/ 서영림

2014. 4. 24. 13:01좋은 말 글

 

 

 

 

 

단원고의 꽃들이여, 그대들의 죽음은 결코 헛되지 않습니다

 

 

지난밤 세월호에 몸을 싣고 인천항을 출발한 단원고의 꽃송이들

하얀 밤을 새우며 제주도를 향한 설렘이 더욱 커져가던

2014년 4월 16일 아침 녘, 진도 앞바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급회전 조타에

맹골수도의 검푸른 물살에는 거대한 세월호도 한낱 장난감일 뿐이었다.

 

정신머리 없는 질투의 여신*이 괜히 심술을 부렸단 말인가.

이 땅의 방만한 족속들의 무책임에 바다의 신*이 진노했단 말인가.

드높고 드높은 신이여, 당신의 계획은 무었이었나요.

왜 당신은 저 어여쁜 꽃송이들을 선택하셨나요.

무심한 맹골수도의 거친 물살 따라

우리의 착한 꽃송이들을 가득 실은 세월호는 서서히 바다 속으로 잠겨갔다.

 

애초부터 작동하지 못한 구명정이 무슨 소용이 있었고,

“탈출하면 언제든지 구할 수 있었다.”(1)는 말이 무슨 소용이 있었으랴.

오히려 죽음의 길로 몰아넣은 “절대 움직이지 마라.”는 한마디만 남겨놓은 채

선장과 승무원들은 이미 탈출해버렸는데.

비열하고 무책임이란 말로 어찌 그들을 수식할 수 있으랴.

그들은 법에 따라 처단되겠지만

그것이 지금에 와서 그대 꽃송이들에게 무슨 소용이 있으랴.

무고히 숨져간 단원의 꽃들이여,

이 땅의 어른의 한 사람으로 정말 부끄럽구나. 

모든 어른의 이름으로 용서를 빌 뿐이네.

 

“엄마 내가 말 못할까봐 보내놓는다. 사랑한다.”(2)

그래 엄마도 너를 사랑한다. 아들아.

하늘이여, 제발 아들을 구해주소서.

엄마의 애 끓는 절규를 진도의 무심한 바다는 듣고 있었는지...

 

“어머님부터 먼저 탈출시켜드리겠습니다.”(3)

오, 착한 단원의 꽃들이여,

자신의 목숨을 담보해 줄 구명조끼를 친구에게 벗어주고

구조에 나서다 숨져간 자웅이의 살신성인의 거룩함!

아, 멋진 단원의 꽃송이여,

우리는 그대들의 아름다운 그 모습들을 결코 잊지 않는다네.

 

살아온 날보다 더 길고 길게 느꼈을 시간, 시간들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캄캄한 그 어두움 속에서,

살을 찢고 뼈를 부수는 그 차디찬 물속에서

죽음보다 더 무서운 공포가 그대들을 휘감았을 때

어린 그대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큰 두려움과 참을 수 없는 고통,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은 그 캄캄한 절망감을

우리들이 어찌 모르겠는가.

땅위의 엄마 아빠들의 속은 다 녹아갔고

살아있는 우리들의 타들어가던 가슴도

애통의 바다 속으로 빠져들었다.

 

무고하게 숨져간 단원의 꽃들이여,

못다 핀 꽃송이, 어여쁘고 착한 꽃봉오리들이여,

그대들의 고귀한 희생이 

이 땅의 어른들이 더 이상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것으로 보상될 수 없지만    

그대들의 죽음은 결코 헛되지 않다네.

앞으로 죽을지도 모를 수많은 생명을 이미 구하였기 때문이라네.

그대들의 넋은 그들 생명들 속에서 이 땅에서 계속 살아갈 것일세.  

 

단원의 꽃봉오리들이여,

이 땅에서 피우지 못한 꽃은 하늘나라에서 활짝 피우소서.

이 땅에서 다 하지 못한 일은 하늘나라에서 맘껏 하소서.

신이여, 저들에게 영원한 복락을 누리게 하소서.

 

 

글/ 서영림

 


* 헤라(Hera): 그리스 신화에서 주신 제우스의 누이이자 아내, 그리스 문학에서 주로 제우스의 질투심 많은 아내로 등장하여 제우스가 사랑하는 여주인공들에게 앙갚음을 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 포세이돈(Poseidon): 그리스 신화에서 일반적으로 바다와 물의 신. 주신 제우스와 하계의 신 하데스의 형제이다. 포세이돈의 일반적 성격은 거칠다. 포세이돈의 무기는 삼지창이다.  


(1) 최초 구조대원(해경)의 증언

(2) 사고 직전 신 모군이 어머니께 보낸 문자 메시지

(3) 사고 당시 다리가 부러진 60세 여성에 대한 단원고 학생들의 태도


 

 Reflection(생각하며 그리워하며)/ Tim Janis

출처 : 서노무사실무노동법연구실
글쓴이 : 미학 서영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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