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11. 07:37ㆍ좋은 말 글
-옥화(玉花)-
오롄지 화원(花園)을 운영하는 공(孔)여사가 난(蘭) 한 분(盆)을 보내왔다. 지난 번 답사(踏査) 때 난(蘭) 이야기 한 것을 잊지 않고 있다가 잘 키워보라고 보내준 것이다. 이 계통에 문외한(門外漢)인 사람, 한 번도 꽃을 피워 피워보지 못한 채 난(蘭) 키우기를 단념한지 오래다. 이 번에 받은 것은 춘란(春蘭)을 개량한 옥화(玉花)라는 이름을 가진 난(蘭)이란다.
동양란(東洋蘭)은 난(蘭)과 혜(蕙)두 분류가 있다. 꽃대마다 한 송이씩 꽃이 피는 것을 일경일화(一莖一花)라 하며 난(蘭)으로 부르고, 일경구화(一莖九花) 많은 꽃을 피우는 것을 혜(蕙)라 하여 문인화(文人畵)의 난(蘭) 그림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나는 우리나라 춘란(春蘭)이 좋다. 잎이 가늘고 곧고 푸른 것이 풀을 먹인 옷처럼 빳빳하여 젊은 선비의 기품(氣稟)을 보는 것 같아서다. 옥화(玉花)라는 난(蘭)도 잎이 조금 넓은 편이나 유려(流麗)하고 풍부한 잎만으로도 감상(鑑賞)의 가치(價値)가 충분하다.
난(蘭)에 관해 무지한 사람을 배려(配慮)하여 꽃대가 무려 다섯 개나 올라 온 것을 선물로 주었다. 가만히 두어도 며칠 내 맑고 향기(香氣) 있는 꽃을 볼 것 같다. 사람에 따라 난(蘭)이 주는 아름다움은 사뭇 다르게 와 닿겠지만 꽃이 맑고 향기로움을 부정할 이는 없을 것 같다. 난(蘭)의 늘푸른잎은 선비의 절개(節槪)요 독야청청(獨也靑靑)바로 그것이다. 아마 올봄은 다묵헌(茶墨軒)의 손 선생이 주신 글귀와 옥화(玉花)라는 난(蘭)에서 정신적 여유(餘裕)를 찾아 세상을 관조(觀照)해 보라는 의미(意味)가 있는 것 같다.
난초(蘭草)
가람 이병기(1891~1968)
1
한 손에 책(冊)을 들고 조오다 선뜻 깨니
드는 볕 비껴가고 서늘바람 일어오고
난초는 두어 봉오리 바야흐로 벌어라
2
새로 난 난초잎을 바람이 휘젓는다.
깊이 잠이나 들어 모르면 모르려니와
눈뜨고 꺾이는 양을 차마 어찌 보리아
산듯한 아침 볕이 발틈에 비쳐들고
난초 향기는 물밀 듯 밀어오다
잠신들 이 곁에 두고 차마 어찌 뜨리아.
3
오늘은 온종일 두고 비는 줄줄 나린다.
꽃이 지던 난초 다시 한 대 피어나며
고적(孤寂)한 나의 마음을 적이 위로하여라
나도 저를 못 잊거니 저도 나를 따르는지
외로 돌아 앉아 책을 앞에 놓아두고
장장(張張)이 넘길 때마다 향을 또한 일어라
4
빼어난 가는 잎새 굳은 듯 보르랍고
자줏빛 굵은 대공 하얀한 꽃이 벌고
이슬은 구슬이 되어 마디마디 달렸다.
본디 그 마음은 깨끗함을 즐겨하여
정(淨)한 모래틈에 뿌리를 서려 두고
미진(微塵)도 가까이 않고 우로(雨露) 받아 사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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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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