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는 첼로와 피아노용의 2중주곡을 적어도 3개 이상 만든 것으로 알려진다. 그 중에는 18세 전후의 작품도 있다. 그러나 오늘날 첼로 소나타로서는 작품 38번과 작품 99번 2곡밖에 남아 있지 않다. 그 중 ‘1번’은 유명한 ‘독일 레퀴엠’이 거의 완성되었을 무렵, 브람스의 특유의 우수에 찬 서정성이 강하게 나오기 시작한 제2기의 작품이고, ‘제2번’은 원숙한 수법을 보여주는 만년의 작품이다.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와 함께 자주 연주되고 있는 브람스의 첼로 소나타는 명실공히 낭만파 시대의 첼로 소나타의 대표적 걸작이다.
이 곡은 황량한 느낌을 주는 북국의 정취를 지닌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각 악장이 모두 단조로 이루어진 데서 기인된다 그리고 또 첼로가 고음역에는 좀처럼 올라가지 않고 언제나 피아노보다 낮은 위치에 있으면서 깊숙한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 악장의 서정적인 선율과 피아노의 기교적인 음향은 이 시기 작품 특유의 낭만적인 정서를 잘 부각시키면서 첼로와 피아노의 2중주가 아니면 맛볼 수 없는 남성적인 감정을 내뿜는다.
이 곡은 브람스가 32세 때 완성되었다 3악장으로 마무리되었으나 사실은 이 사이에 들어갈 아다지오의 느린 악장도 함께 만들어져 있었다 그런데 성악가이며 첼로 연주자인 친구 갠스바허(Joseph Gansbacher,1829--1911)의 조언을 받아들여 아다지오 악장을 버리고 곡을 다시 꾸몄다 새로이 제3악장을 작곡하여 완성된 뒤 도움이 많았던 캔스바허에게 헌정했다.
제1악장:알레그로 논 트로포, E단조, 소나타 형식 Allegro non troppo.
기악적으로 만들어진 주제는 첼로에 의해 제시된다 청년기의 브람스 특유의 텁텁한 서정이 가득하다 대위법이나 카논을 도입한 튼튼한 구성이 차가운 맛을 더한다. 첼로의 남성적인 무거운 음악에 브람스가 지닌 특유의 우수가 가미되고, 피아노는 침울한 감정을 떨쳐 버리듯이 높낮음의 묘한 정취를 발휘한다.
제2악장:알레그레토 콰지 메누엣, A단조, 3부 형식 Allegretto quasi menuetto.
어둡고 구슬픈 메누엣이다 그러나 그지없이 아름답다 중간부에서는 첼로가 서정적으로 노래한다. 우수는 완전히 떨쳐 버려지지않고, 첼로는 무거운 기분을 계속하면 이끌어 주려고 하는 피아노를 자꾸 제압한다.
제3악장: 알레그로, E단조, 푸가풍의 카프리치오 Allegro.
이 곡은 세 악장이 모두 단조이어서 마지막 악장에서도 밝은 기분은 나타나지 않는다 북독일의 겨울 풍경 같은 황량감이 첼로와 피아노의 교묘한 앙상블로 쓸쓸하게 그려지다가 끝맺는다. 울적한 기분은 여기서 노도처럼 세차게 흐른다. 초조와 격앙의 클라이맥스에서 급전하며 조용해져서 누그러진 정취가 떠오르고, 화려한 코다로 급진한다.
다닐 샤프란의 명연, 브람스 첼로 소나타
첼리스트 다닐 샤프란의 불후의 명연이라고 할 수 있는 브람스의 첼로 소나타 앨범. 멜로디야의 음원을 국내 최초 DSD 리마스터링 기술을 통해 오리지널 아날로그 마스터 사운드로 CD에 옮겨놓았다. 피아니스트 펠릭스 고틀리프의 연주로 브람스의 첼로 소나타 1번, 2번을 수록한 이 앨범은 샤프란의 명반 중에서도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과 함께 백미로 꼽히고 있는 레퍼토리라고 할 수 있다.
로스트로포비치와 샤프란의 음악은 자주 비교된다. 그런데 브람스 연주의 깊이를 얘기할때 많은 애호가들은 서방 무대에서 세계적인 명사가 된 로스트로포비치보다는 샤프란의 연주에 압도적인 호의를 표한다. 샤프란의 보잉에는 거침없는 자유 안에 완전하게 짜여진 보이지 않는 틀이 있고 그 내면에는 섬세하면서도 가슴이 아리는 진한 굴곡이 있다.
브람스에 대한 깊이있는 해석과 울림은 어느 악기, 누구의 연주보다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 연주자마다 기질과 음악적인 성격을 얘길할 때 아무래도 샤프란과 브람스의 감성이 맞닿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