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역마살님의 이야기 187 -수덕사(修德寺)-

2014. 12. 5. 05:42가보고픈 곳

 

 

 

 

 -수덕사(修德寺)-

 

 

▲국보 49호 수덕사 대웅전


이 십여 년 만에 예산(禮山) 수덕사 일대를 둘러보았다. 비가 내린다는 예보(豫報)가 있었지만, 지난날의 경험(經驗)에 비추어 보면 가을비는 그렇게 많이 내리지 않는 것이 상례(常例)다. 땅에 먼지 나지 않을 정도의 보슬비였으니 예상(豫想)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이번 답사는 볼거리가 많아서인지 입추(立錐)의 여지없이 회원이 넘쳐났다.

답사(踏査)나 여행(旅行)은 어떤 것을 보아야 할지를 먼저 알고 가야 얻는 것이 있다. 내포땅 예산이 가진 자연환경과 역사를 설명하고, 그네들의 삶이 묻어있는 예산에 도착했다.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추사고택(秋史古宅)에 들어서니 너무 많은 주련(柱聯)들이 눈에 거슬린다.

추사고택(秋史故宅)이란 글귀를 보고 고택(故宅), 고택(古宅)? 어느 것이 옳은 것인지 물어 보니 어느 것을 써도 무방하다는 이야기다. 세한도(歲寒圖)를 가져간 것은 일본인 장사치가 아니라 경성제국대학 사학과 교수였던 후지지카임을 일러주었다. 해설사 아가씨가 자존심을 상한 듯 했으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두 번째 들린 곳은 보부상(褓負商)들의 삶의 발자취를 읽을 수 있는 상무사(商務社). 봇짐과 등짐을 지고 이 장(場) 저 장(場) 장돌림을 했던 그네들의 애환(哀歡)이 그려지고,《객주(客主)》에 나오는 의리(義理) 있는 천봉삼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윤봉길 의사(義士)를 모신 충의사(忠義祠), 안개비 속에 고원(古園)의 우수(憂愁)처럼 역사의 뒤안길에 남아 있다.

이번 답사는 중앙고속버스에 중앙식당, 그러고 보니 우리가 간 곳도 한반도의 중심, 내포 땅이다. 이런 걸 두고 우연이라 하나…. 잘 차려진 정갈한 산채정식에 막걸리 한 사발을 곁들이고, 보슬비 내리는 수덕사의 대웅전(大雄殿)에 기대어 칠선녀(七仙女) 허벅지를 베고 와선(臥禪)에 들었다는 만공선사의 무애자적(無碍自適)한 기행(奇行)을 되뇌어 본다.

수덕여관에서 허기(虛器)를 붙들고 목우인(木偶人)의 삶을 살았던 박 귀옥 여사, 불문(佛門)에 귀의(歸依)한 김일엽, 행려병자(行旅病者)로 생(生)을 마감한 화가(畵家) 나혜석, 그리고 김태신. 고암 이응로 등의 이야기와 경허(鏡虛)스님 이야기를 풀었더니 답사객의 반응이 무척 좋다.

우리네 삶은 생노병사(生老病死), 곧 나면 늙고 병들어 죽는 것이니 그 본질은 무어라 해도 비극성(悲劇性)이 강하다. 사람에 대한 예지(叡智)가 깊은 분들은 일찍부터 삶 그 자체를 비극으로 보았는데…
많은 불사(佛事)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장(現場), 그만하면 족한데 아마 덕숭산(德崇山) 전체를 가람으로 덮을 기세(氣勢)다. 유성에서 당진까지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 차창(車窓)으로 황금물결이 늠실댄다. 온갖 꽃들이 계절의 추이(推移)를 일러주고 있었다. 많은 것들을 생각게 하는 여정(旅程)이었다.

 

 

 

수덕사 대웅전을 가다.

대웅전 측면

 

 

추사고택의 주련과 화암사 각석

▲추사 고택, 주련 

 

 

우리 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 
나혜석 (1896-1949)

나혜석의 작품세계
나혜석 <자화상> 60 x 48cm

사砂/나혜석

야원野原 가운데 깔려 있어 값없는

모래가 되고 보면 줍는 사람도 없이

바람 불면 먼지 되고

비 오면 진흙 되고

인마人馬에게 밟히면서도

싫다고도 못하고 이 세상에 있어

이따금 저 천변에

포공영公浦英, 야국화野菊花, 메꽃, 꽃다지꽃

피었다가 스러지면 흔적도 없이

뉘라서 찾아오랴

뉘라서 밟아주랴

모래가 되면 값도 없이

 

-《페허》2호(1921. 4)-


 

 

충남 기념물인 수덕여관은 이응로 화백이 1944년에 구입한 초가집.


 

 

 

-수덕사에서-
(함기선 시, 이수인 곡, 테너 박세원)

 
옛 그리운 마음에 수덕사에 오르면
천오백년 대웅전은 의연함이 그대로이네
덕승산을 등에 대고 넓은 들녘 바라보면
고운님의 높은 뜻 아련하게 느껴진다
위덕왕 위업은 찬란하게 빛나니
백제의 영화가 수덕사에 묻혔구나

 
세상걱정 무거워 수덕사를 찾으면
금강같은 덕승산에 봄내음이 가득하고
선지종찰 방장 노승 동자처럼 웃으시니
찌든 마음 어느새 바람결에 지나간다
위덕왕 위업은 찬란하게 빛나니
백제의 영화가 수덕사에 묻혔구나

 

 

 

 

 

 

출처 : 음악이 있는 혜인의 수경재배 밭
글쓴이 : 혜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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