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3. 22:02ㆍ가보고픈 곳
- 섬진강(蟾津江), 미리내 쉼터-
산수유, 개나리, 홍매화, 진달래, 목련, 배꽃, 그리고 꽃구름 터널 벚나무 군락…. 섬진강 물길 따라 속도위반(速度違反)으로 피어난 봄꽃들, 짧은 봄을 조금 더 만나기 위해 지리산(智異山) 일대 봄 마중을 나가 보았다.
쌍계(雙溪)십리 벚꽃길이야 예부터 명성이 높다. 하지만 섬진강 따라 늘어선 벚꽃길이 이처럼 환상적(幻想的)일 줄이야. 좋다는 탄성(歎聲)만 거듭난다. 서둘러 떠난 여정(旅程)이라 배꼽시계가 충전을 요구한다.
함양군 명예 시민증을 가졌다는 정묵(正默) 아형(雅兄)의 길눈이 심히 밝다. 오래된 감기로 귀마저 먹먹했는데 마천 양조장(釀造場) 누룩냄새를 맡으니 신기하게도 귀가 뚫렸다. 마천 흑돼지고기와 알맞은 크기의 콩나물을 넣고 끓인 돼지국밥 한 그릇씩을 비우고 세 번 개화한다는 산수유 마을로 발길을 옮겼다.
구레군 산동마을, 산수유 축제가 끝났으나 아직은 차조 같은 노랑꽃들을 달고 있을 꽃들이 수술만 남아 화려했던 봄날의 영화(榮華)를 말해주고 있다. 아마 봄이 가고 있다는 암시(暗示)를 하는 것 같다.
구절양장(九折羊腸), 성삼재 넘어가는 길목 달궁에는 처절했던 동족상잔(同族相殘)의 비극(悲劇)이 그림자처럼 남겨져있다. 차창을 스치는 바람결에 벌써 여름향이 묻어나는 듯하다.
구례에서 하동(河東)으로 길을 잡으면 지리산 산자락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가옥들의 풍경이 다소곳하다. 강 건너 곡성 쪽의 기차(汽車) 선로(線路)엔 또 다른 봄이 흐르고 있을 것만 같다. 운조루(雲鳥樓)와 오미리 들판을 지나 피아골 들머리 조금 못미처 미리내 쉼터에 앉았다. 강변(江邊)을 등지고 앉은 자리매김이 참 좋은 쉼터인데 어디나 옥(玉)에 티는 있는 법, 종이컵 하나를 보시해 놓고 공토시가 많다.
토지(土地)의 주인공 서희가 배를 타고 떠났던 하동포구, 이젠 강변공원으로 조성돼 있다. 곧장 물길 따라 흐르면 하동 송림(松林) 숲도 우리를 반긴다. 섬진강은 아름답기도 하려니와 참으로 보석 같은 강임을 다시 한 번 느낀다.
미리내 쉼터는 계절(季節) 따라 사위(四圍)의 풍광(風光)이 다르겠지만 이맘때가 가장 아름다운 신부(新婦)의 얼굴이다. 파란하늘, 연분훙 빛 벚꽃터널, 도란도란 흐르는 물소리, 물결이 밀어 만든 자그마한 모래톱, 강변(江邊)엔 댓잎을 스치는 바람소리, 시누대의 일렁거림, 벚꽃이 난분분(亂粉粉) 흐트러지는 곳에 멱이라도 감았으면 좋을 것 같은 맑은 물이다. 아~. 섬진강! 섬진이 흘러 다함이 없듯 영원토록 그대로 흐르게 하라, 그리고 길목마다 이야기가 흐르는 멈추고 싶은 서정적 풍경, 실핏줄 같은 흐름이 참으로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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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준 시인의 "봄날은 갔네"를 모티브로 만든 노래!
<섬진강 박시인>
연분홍 봄볕에도 가슴이 시리더냐
그리워 뒤척이던밤 등불은 껐느냐
누옥의 처마 풍경 소리는 청보리밭 떠나고
지천명 사내 무릎처로 강바람만 차더라
봄은 오고 지랄이야, 꽃비는 오고 지랄
십리 벗길 환장해도 떠날 것들 떠나더라
무슨 강이 뛰어내릴 여울 하나 없더냐
악양천 수양 버들만 머리 풀어 감더라
법성포 소년 바람이 화개 장터에 놀고
반백의 이마 위로 무애의 취기가 논다
붉디 붉은 청춘의 노래 초록 강물에 주고
쌍계사 골짜기 위로 되새 떼만 날리더라
그 누가 날 부릅디까, 적멸 대숲에 묻고
양지녘 도랑 다리위 순정 편지만 쓰더라
*정태춘님의 노래로 감상하시려면 아래는 중지를, 동영상 ▷를 누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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